자료 발굴 시리즈 9 몽테뉴는 몽테스키외 처럼 보르도 포도주 양조업자이기도 했다

 

몽테뉴는 몽테스키외 처럼 보르도 포도주 양조업자이기도 했다. 포도주는 그의 글에 꾸준히 등장하는 소재다. 몽테뉴의 미각은 꽤 예민했던 것 같다. 그는 겉으로는 이렇게 예민한 능력에 무심한 듯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래서 맛있는 포도주와 소스를 고르는 재미로 세월을 보내는 젊은이에게는 매를 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년에 들어서 부터는 자신도 그런 재미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몽테뉴의 예민한 감각은 그의 <여행일지>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는 여행 중 가는 곳마다 코를 씰룩거리며 포도주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았으며, 한 모금씩 마셔보다가 뱉어내기도 했다. 어쩌면 그의 <여행일지> <파커의 포도주 구입 요령>에 필적할 만한 포도주 감정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포도주는 몽테뉴의 사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포도주가 그의 혈관을 타고 들어가는 동안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해 사색하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했다. 몽테뉴의 저작 <에세> essais는 당시 맛보다’, ‘시음하다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에세>에서는 미각적인 색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술을 시음하는 직책을 맡은 신하처럼 인생을 시험해 보았다.” 몽테뉴는 자신의 작업을 다양한 주제를 시음해보는 것으로 생각했다.

나아가면서 힘을 얻는다 Viresque acquirit eundo”라고 써 놓은 문장은, 포도주는 오래 묵을수록 맛이 나아진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혜를 반영하는 말이기도 했다.

몽테뉴의 포도주 감식력은 철학적인 영역으로 확대 적용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육체의 영역에까지 뻗어나갔다. “한 인간의 기질은 각자의 독특한 입맛에 달려 있다.”며 사람마다 이 세상에서 차지한 몫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손님을 대접할 때 겪는 딜레마를 호라티우스의 말을 빌려 표현했다. “잔치에서 하객 세 사람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각자 다른 음식을 요구했다.”

 

(참조: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솔 프램튼)

 

(작성 시점: 2019)





댓글

가장 많이 본 글